![]() 1. 애초에 6시에 예정이었던 강연은, 6시 30분을 조금 넘어 시작했습니다. 원래 이런거 정시에 시작하는 꼴을 본 적이 없는지라, 그냥 책 보며 기다리고 있었지만 조금 껄끄러웠던 것은, 선생님의 본 강연 전에 있던 주최측 동아리의 설명과, 좋은서강만들기운동본부라는 곳의 PR 때문에 강연이 더욱 밀렸다는 것입니다. 뭔가, 촛불집회에 앞서 민주노동당이 강령을 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료로 하는 강연에서, 그와 무관한 홍보할 내용이 있다면, 본 강연의 뒤에 하여서 원하는 청자만이 듣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판도라 동영상 앞에 나오는 게임광고 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며 사전에 늦게 강연을 시작하기로 계획이 되었던 것이라면 청자를 기만한 것이고, 혹여 홍세화 선생이 기다리시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다소 착잡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 PR하던 단체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학교 내부적인 문제이니 이 포스트에는 담지 않겠습니다.) 역시나, 다소 홍세화 선생님이 기다리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런 내색 전혀 안 하시는 온화한 미소로, 학생들을 바라보시며 웃어주셨습니다. 2. 본 강연은, 신입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진행되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 개인의 의식은 곧 한국사회의 산물이다. - 오늘 강연을 통해서 그대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한 번 쯤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그 물음은,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 라는 것. ; 생각은 태생적이 아닌 형성된 것이라는 것이 그 전제이다. 그 목적은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되기 위함이다. 그 이유는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며, 인간은 한 번 고정된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 '고집' 이 있고, 무엇보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는 곧 우리가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 인문사회과학의 특징은 정답이 없지만, 생각과 논리가 있는 것인데, 한국의 정규교육은 암기 위주로,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가르친다. 그리고, 생각과 논리를 학교에서 길러주지 않는다. -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 에 대한 이상적이고, 주체적인 형태 ; 폭넓은 독서, 열린 토론, 보고듣고느끼고 (직접견문, 경험, 여행), 이를 바탕으로 한 성찰. 현재, 한국의 형태 ; 제도교육과 미디어의 조합을 통하여, 인간이 객체화되고, 대상화되었다. - 진정한 자유인은, 자아실현과 생존이라는 인간에게 주어진 두 가지의 큰 테마에 있어서 생존때문에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자아실현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여기서 자아실현이란, 나를 투사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죽는 날까지 계속 되어야 하며, 나의 삶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기존의 세대들이 '무너졌던' 이유는, 양보하는 도중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 자유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방해물은, 바로 물신주의와 게으름이다. 이에 대체하는 법은, 남과 소유물로 비교하지 말며 자기성숙으로 비교하고, 게으르게 살기 보다, 치열하게, 밀도있는 자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 그 뒤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학생들에게 몇 가지의 책을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 좌파와 우파의 어원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자신의 대학생활과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얘기해 주셨습니다. 언급되었던 책은,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 장석준과 황정우의 '레즈를 위하여', 리영희의 '대화' 등이 있었습니다. 4.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i) 위의 강연을 들어놓고도, 합리적 성향과 합리화적 성향과 관련한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질문에 대한 예시에 '패밀리가 떴다' 를 예시로 들며 질문하던 복학생 남학생 ii) 자신도 기자를 지망하고 있는데, 그렇게 사는게 행복하시냐는 어떤 남학생의 되바라진 질문에 너무나도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시며, 그렇다, 고 여태까지 내가 보아왔던 그 어떤 어른보다 크고 밝게 이야기해주셨던 홍세화 선생님. 그리고, 그 뒤에 덧붙이셨던 '헛헛함을 자율적으로 받아들여야, 자유인' 이라는 말씀. ..그리고, 그 말씀이 나오기까지의 잠깐의 타이밍. iii) 양보와 포기에 관해, 선생님께서는 어떤 양보를 해오셨냐는 여학생의 질문에 파리에서 택시 운전을 할 때, 마음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하여 육체적으로 피곤함에도 르몽드 신문을 읽었었다는 에피소드. - 내가 이 택시 열심히 몰아서 개인택시 사고 해야겠다, 는 생각이 아니셨다는 덧붙임. iv) 그 외, 이야기의 맥락 중 요즘 대학생들에 관해 언급하시면서 욕망은 있되 열정이 부족하며, 자기성찰이 조금, 예전보다는 덜 한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던 점. (이 때 리영희 선생의 저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데칸쇼' 라는 용어를 살면서 처음 들었던 점은 약간 반성이 되기도 하고, 다소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v) 막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의 심정을 '대략 난감' 이라는 요즘 단어 (?!) 로 표현하셨던 센스. ....정도가 있네요 5. 교육, 의료 무상화와 관련하여,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에 관한 질문에 국내에서는 아직 잘 논의가 되지 않는 국민부담률에 관한 이야기와 피에르 브루디외의 '국가의 오른손-왼손 개념' 을 들어 설명해주시며 재원은 이미 많으며, 사람들의 의식의 문제라고 강변하시던 말씀. - 하지만, 그 질문을 했던 내 머릿속엔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 사람들이 바뀔까요 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대들이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침묵하기에 대학생, 서민 우리들에게 유리하고 지배집단 자신들에게 불리한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당장 몇 만 명만 모여도 상황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저를 보시던 그 눈에서, 그 웃음에서, 내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희망을 거는 것은 바로 너야 라고만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다가 같이 활짝 웃어버렸습니다. 그렇게 2시간 여 에 걸쳐서 진행되었던 강연은 끝이 나고, 진행측에서는 뒷풀이에 갈 사람은 남으라고 말을 했지만, 그런 곳에는 대개 보고싶은 선생님만큼이나 보기싫은 집단들도 섞여 있기에, 다소 주저한 끝에 메모한 종이를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은 꽤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인지 무의식중에 걷던 나는 평소에 가던 길과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다시 정신을 차려 집으로 향하는 길 내내 나를 바라보던 눈과, 따뜻하던 말씀과, 고매한 인품,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던 강연회장을 돌아다니시며, 어린 희망들에게 좋은 말씀을 전해주시고자 하는 그 마음, 상냥함. 그 상냥함.. 만큼이나, 수많은 '양보' 속에도 포기하지 않으셨던, 그 언행일치를 이루시는 스승이 생각나 강연을 듣기 전의 나와 조금은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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